샘이깊은 물(자작시와 글)

홍콩에 내리는 비2010/12/13

parkmoni 2010. 12. 29. 22:38

 

소리없이 비가 내린다. 

바다바람은 하얀소금기를 머금고 이층버스위에 앉아

높은 빌딩숲사이를 질주하더니

오늘은 물방울을 이고 하늘에서 떨어져 빌딩창문마다 깨끗이 한다.

 

가끔씩 보여주던 맑은 가을하늘의 푸름은 꿈처럼 느껴지고

늘 해무낀 바다사이로 먼 태평양을 꿈꾸다

오늘에야 무엇인가 쿡 터질것 같은 이 느낌...

 

한달동안 늘 그랬구나...

바람.구름.안개...너무도 눅눅함 그리고 또 기계바람

햇빛 잠깐 본 날이 언젠가를 살필겨를없이

그저 달렸다.

버스에 익숙해 지려고..언어에 익숙해 지려고..

낯선집과 수많은 빌딩들, 낯선 사람들과 낯선 문화에 익숙해지려

무던히도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아니 2층 버스를 타고 달리고 있었다.

 

차를 타려 내려선 인도에서

아스팔트위로 떨어져 팅겨져 올라오는 빗방울을 보며

이렇게 반갑고 고마울수가 없음은...

그저 신발이라도 벗고 비를 맞으며 달리고 싶은

이 가슴설레는 충동을

누가 알 수 있을까? 

 

버스주차장앞 긴 줄도 사라져 보이지 않고

바삐움직이던 사람들의 모습도 느려지고

자동차마다 빗방울이 튀어 원을 그리고

사람들은 하나 또는 둘씩 우산을 쓰고 걸어가며

가게마다 빗물이 뚝뚝떨어지고 있는

그저 평소보다

모든것이 조금 모자란듯 보이고

흐트러진 듯 보이는 이 모습의 반가움

이제야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것같아

내 마음을 내려 놓는다.

 

바다바람 머금은 투명한 비가 

나랑함께 늘 달리던 바람이

오늘

낯설은 두려움을 씻어 주었다.

주님은 이 작은 자연을 통해서도

이렇게 함께 계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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