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은
매순간
잡고 잡히고
먹고 먹히는
치열한 싸움터
어디로 가는지
무엇이 되는 지도 모르는
수많은 먹힐 것들의 날생명이
아우성치는
소란스런 항쟁의 터
그러나 부엌은
한 손 장군이 있어
씻고, 깍고, 꺽고,
자르고, 갈고, 빚고,
두드리고, 썰고, 눌러
각양 각색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게하는
장조의 수련소
잡는 것의 사랑과
잡히는 것의 죽음으로
다시 새것들의 생명을 얻는
부엌은
새 식탁을 꿈꾸는
어머니의 하늘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