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꿈

엄마와 그림

parkmoni 2019. 8. 2. 23:05

엄마와 그림

  

초등학교 1,2학년으로 기억한다. 

나는 학교를 다녀온 후 

달력 뒷장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나는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 

엄마는 바쁜 중에도 

식당의 장부를 일기형식으로 작성하고 있었다. 

매일 그날 있었던 일, 그날 만난 사람들, 

그날의 외상과 매출, 이익 등 

엄마는 그래서 거의 모든 것을 

아주 세세하게 기억하셨다.

 

내가 달력을 내어놓고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엄마는 당신의 장부를 정리하시고 

내게 다가와 같이 그림을 그려주셨다. 

내 그림은 바다위의 섬, 나무, 물고기, 사람 

엄마는 내 그림 옆에 동시를 적으셨다.

 

엄마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하시고 

글짓기도 잘 하셨다. 

곧잘 내게 당신의 자작시를 들려주시고 적으시며 

그림을 그리도록 유도하셨다. 

달력들은 어느새 

엄마와 나의 합작품이 되었다.

 

엄마는 식당일을 손 놓으신 후에도 

달력뒷장에 그날 본 TV프로의 여러 가지를 

그림도 그리고 글도 적으면서 

자신의 일기장을 만드셨다.

 

웹툰 하는 조카가 할머니 일기장을 보고 

스케치북이랑 크레파스, 색연필, 싸인펜을 보내왔다. 

엄마는 신이 나서 매일 몇 장 씩 그림을 그렸다. 

10권의 스케치북이 그림과 글로 꾸며지고

엄마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엄마에게 다녀간 모든 가족들은 

엄마의 그림을 보며 엄마의 속마음을 읽었다.

 

, 화분, 식물, 이모들, 아이, ... 

그림 옆이나 밑에는 짧은 글이 적히고

엄마의 생각이 고스란히 책으로 꾸며졌던

엄마의 마음들.


여행을  가고 싶으셨구나.

이모들이 보고 싶으시구나.

매일 화분에게 말을 걸며 외로움을 견디셨구나.

커피가 생활의 활력소가 되었구나.

약을 드시며 스스로 건강을 걱정하셨구나.

.....

엄마는 그림이

외로움을 이겨내는 친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