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창학이

parkmoni 2012. 12. 30. 20:27

창학이 생각

 

창학이는 12월 24일 성탄날 오후에 응급실에 왔다.

응급실에 잠시 들러 보려는데 의사선생님이 침대옆에서 계속 이야기 하고 계시고

한쪽에는 응급출동으로 오신 기사님이 함께 서 계셨다.

응급차가 유료차인듯한데 기사님이 가시질 못하고 기다리고 있고

원무과 직원은 신원조회하고 있었다.

의사선생님은 어디가 아픈가 자꾸 질문하고 있는데

내가보니 창학이는 어딘가에서 뒹굴었거나 맞았다 싶었다.

아무리 이야기 해도 전혀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고 있었다.

의사선생님은 임시로 응급조치는 해야지 싶어 링거를 준비하고 있고

아직도 기사님은 돈받을 길이 막막해 계속 이야기 중이다.

옆으로 메는 가방은 여자것으로 속에는 온갖 여성용 화장품이 가득한데

신분을 알수 있는 것이나 보호자연락처같은 수첩조차 없었다.

안주머니의 수첩을 내어주어 보는데 카드도 있고 통장도 있고 도장도 있는데

가장중요한 것들은 없었다.

통장에 잔액이 몇 천원이 다고 어제 날짜로 돈을 다 찾고 오늘 남은 30,000원을 찾았다는

표시만 되어 있다.

 

왜 이곳으로 오게 되었는지 물었다.

원래 다른 병원에서 몇시간 죽치고 있다가 신분은 알수 있지만 보호자도 없고 능력도 없으니

그저 또 보호자 기다린다고 시간만 보내고는 응급차를 불러 우리병원으로 보냈다.

그래도 수녀들이 하는데는 문전박대는 안하니..

그래도 이번것은 고약하다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

응급차에게 우리병원으로 보호자가 가고 있다고 거짓말을 해서 보내서

응급차기사가 돈도 못받고 가게 된 상황이다.

셋이 모두 대화가 안되어 물러나니 내가 슬그머니 다가갔다.

 

말은 정상으로 하고 생각도 정상같은데 어딘가 2%부족이다.

정신지체 2급으로 장애복지카드가 보이고

통장에는 매달 40여만원 돈이 들어오고 그 달안에 그 돈들이 고스란히 나갔다.

그 통장으로 전기세며 각종 기타 세금이 나갔고 나머진 뭉치돈으로 나갔다.

창학이는 내가 이야기 하면 자분자분 웃으면서 이야기를 잘 하고 말도 잘 들었다.

어느순간 아주 머리좋은 아이처럼 그렇게 보일정도롤 모든것을 감추는 것 같아도

실은 전부에서 조금 혼란스러운 착각을 일으키고 그것들을 재조합해서 뱉어내고 있었다.

아버지를 욕하면서도 어느병원엔가 입원해 있다고 찾고 있다고 했고

여동생은 전화번호도 가르쳐주지 않고 집에 안들어온다고 했다.

통장의 돈은 아버지가 다 빼내간다고 했지만 인터넷을 하거나 게임을 하는데 사용하는것 같았다.

안아픈곳 없이 다 아플것 같아 더 치료해야 하는데도

상해진단서를 끊어야 한다고 해서 진료도 중단될 판이다.

경찰서에서 25일 저녁 8시까지 상해진단서를 끊어오면

합의금을 준다고 했다나?

25일이 공휴일인데 그날 경찰서로 오라고 했나고 했더니 그렇다고 하는데

어딘지를 알지 못하고 계속 고집이다.

 

링거약이 들어가니 조금씩 통증이 사라지는지

일어서고 앉고 내려오고..계속 움직인다.

오늘은 이 링거맞고 집에가서 내일 보호자랑 함께 와야 상해진단서를 끊을 수 있다고 했더니

순순히 일어난다. 약을 챙겨주려고 수납을 하는데 돈이 나온다.

우리 원무과 쌤이 착해 자기돈으로 지불한다고 한다.

그나마 작은 금액이라 괜찮다며 수납하고 약을 이틀치 주고 밖으로 데려나오는데

얼마나 추운지....

어떻게 갈래? 물으니 버스타면 된단다.

왜 이렇게 맞았는데 물으니 담배한개피 얻으려고 학생들에게 들이밀다 두명에게 진탕맞았단다.

그래도 담배한개피를 못얻어서 수녀인나에게 담배하나 달란다.

뛰어들어와 담배한개피를 얻어 나가다 오예스하나가 보여 그것도 집어 가져갔다.

다시 병원으로 들어오지 말고 집으로 가거라 하며 담배를 주니

담뱃불이 있어야 한다나...병원앞에서 보호자한분에게 불을 빌려붙여주고

과자하나를 주면서 집에 먹을 것은 있나 물었다.

마요네즈와 물만먹어도 배가 부른다고 해서 무슨이야긴가했더니

아마도 먹을 것도 없나보다 싶다.

밖에서 보면 27세의 건장한 퉁퉁하고 잘생긴 젊은 이인데

누가 장애자로 볼 까 싶을 만큼 말도 잘 하니 ...

아마도 얻어맞고 또 필요한것을 구걸하다시피하고 또 얻어맞고

그렇게 또 병원과 경찰서를 다니다 보다 싶어 애잔하다.

단 한곳도 연락할 곳이 없다는 그 막막함이

타인인 나보다 얼마나 더 마음아플까 생각이 들다가도

도통 손에 잡히지 않을 녀석을 보호조치해야 할 상대가 누굴까를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보내고 저녁에 걱정이 되었는데

다음날 아니나 다르게 아침에 또 응급실로 와서 자고 가고 또 와서 잠만자고 갔다.

다음날 또 와서 자고 있다고 해서 남자직원을 보냈더니

발에 기브스를 해야 한단다...또 어디서 해매었을까 생각했는데..

 

녀석말이 우리병원은 4번왔고 A병원은 10번,  B병원은 3번을 갔는데

아마도 모두 문전박대당했나 보다.

또 미수남아도 기브스해서 보내는데

직원에게 큰소리로 기분나쁜표로 욕을 하고 덤벼들고 있었다.

자기감정을 상하게 했다나?

 

창학아 하고 내가 부르면 조용해진다.

병원차로 시외버스터미널로 보내면서 또 오려나 싶어

다시오면 안된다 하는 내 말소리가 참 안타까왔다.

갈곳없이 계속 떠도는 아픈영혼을 ...

차가 출발할때까지 계속 창문을 열어놓고 대화를 한다.

서울로 갈꺼라서 다시 안온다고 하는데...어쩌나 싶었다.

 

다음날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무엇때문인지 이곳에서 기브스 한 것을 확인하고

자신들이 데리고 있다고 했다.

벌써 경찰서에도 몇번째 갔을 것 같은데

어찌될지 ...그래도 보호조치해 주면 더 좋을텐데..

 

복지사각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

호적상 버젓이 보호자가 있어도

보호받지 못하는 창학이 같은 아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모든것이 정상처럼보이고 다만 2%부족이 가족을 힘들게 하여

모두가 등떠밀어 세상에 후쳐내는 보호자의 아픔도

무시할 수 없는 사회인데..

자기를 받아주고 어루만져줄 단 한 사람을 찾아

저리 추운날 맞아가며 떠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니

여러가지 생각들이 깊어진다.

지금 창학이는 어디에서 무얼하고 있을까?